새는 언제나 보편적인 타겟이었다. 촬영의 Shoot이 사냥의 Shoot과 같은 단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있다. 나는 매년 겨울 새를 보고 숫자를 세고 보고하는 일을 하러 다녔는데, 새가 달아나지 않게 살금살금 다가가 사진을 찍을 때나 눈 깜짝할 사이 날아가버리는 새를 쫒아 카메라를 움직일 때마다 그 단어에 대해 떠올릴 수 있었다.
어느 날은 허공에서 새가 호버링하고 있었다. 바람이 무척 많이 부는 날이었는데, 새는 그 드센 바람에 맞서 온힘을 다해 허공 한 지점에서 머물렀다. 홀린듯이 한참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퍼뜩 정신을 차리고 새를 찍었을 때는 이미 새가 움직이기 시작한 후였다.
의식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새를 프레임 한 가운데에 놓기 위해 카메라가 따라 움직인다. 이럴 때 새는 중앙에 멈춰 서 있는 것 같지만, 이내 시선의 바깥으로 달아난다. 프레임 안에 들고나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내가 찍어 놓은 것은 새라기 보다는 새를 포착하기 위한 나의 눈인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