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기의 실패의 보기 >는 예술과 과학의 태도와 시선을 교차시키는 전시 ≪AVS: 앗상블라주≫(2024, 김희수아트센터)에 참여한 작업이다. 나는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이 세계의 모양을 이루거나 움직임을 부여하는 힘을 탐구한다는데서 과학과 미술의 공통점을 찾았고, 특히 그 과정에서 ‘본다’는 행위가 갖는 이중적인 의미를 다루고자 하였다.
우리가 볼 수 없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볼’ 수 있는 형태가 되어야 하지만, 이렇게 ‘볼’ 수 있게 되어버린 것은 이미 우리 이해의 범주 안으로 축소되어 버린 것일 뿐이다. 우리가 잘 보려고 하면 할수록 그것의 원래 모습을 보는데 실패하고,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영역은 여전히 모호하고 흐릿한 세계로 남겨져 있어야 한다.
< 보기의 실패의 보기 >의 스크린은 중앙부에 둥그런 구멍을 뚫려 있어, 가운데의 영상 이미지가 뒤로 빠져나가 흐릿하게 보인다. 초점은 앞 (주변)에는 선명히 맺히는 대신 뒤쪽(중앙)에는 흐릿하게 맺힌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방식, 즉 중앙부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는 정반대이며, 이는 우리가 여전히 보지 못하는 영역이 남겨져 있음을 은유한다. 빛을 인식 범위(초점)에 포착하여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시키는 ‘본다’는 행위와, 그에 사로잡히지 않고 이미지화 되지 않은 채 인식의 너머로 빠져나가는 빛을 상상하며 작업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미술이나 과학의 근본적인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불확실한 것들을 확정하려고 하는 섣부른 태도를 경계하고, 우리가 바라보고자 하는 대상을 더 넓게 나아가도록 하는 시선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