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중앙부에 뚫린 구멍으로 이미지가 빠져나간다. 이미지는 스크린의 가장자리에서만 선명하게 맺히고, 중심부는 초점을 이탈하여 흐릿하게 남는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신뢰해온 시각 방식과는 정반대로, 중심시와 주변시의 관계를 전도시키며 시각적 확실성에 균열을 낸다.
이미지를 본다는 것은, 나아가는 빛을 포착하여 우리의 망막 위에 고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빛들은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에서 반사되어 온 것으로, 동시에 도착하지만 동시에 발생한 적 없는 것들의 중첩이다. 다시 말해, 서로 어긋난 시간들이 하나의 순간으로 압축되어 우리의 눈에 도달한다. 마찬가지로 한 장의 사진 역시 엄밀하게 서로 다른 순간들이 동시적인 것처럼 기록된다. 우리는 이것을 하나의 장면으로 ‘본다’.
따라서 우리가 보는 세계가 견고해 보인다면, 그것은 현실의 이면에서 진동하고 있는 것들을 감지하지 못한 채, 서로 다른 시간들을 하나로 압착하여 보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시간들이 진동을 멈추고 선명해진다. 그러나 만약 우리의 눈에 포착되지 않은 빛이 있다면, 그리하여 영원히 나아가는 빛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감지할 수 있을까. 우리는 때로 초점의 바깥에서 오히려 빛나는 것들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