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나머지와 남은 것들 Remnants and Remains》는 ‘본다’는 시각의 명료함을 뒤집어 그 이면에서 흐릿하게 동요하고 있는 세계의 본질을 설치와 영상으로 풀어낸 전시이다.

《나머지와 남은 것들》이라는 전시 제목은 “우리가 보는 것은 반사된 빛”이라는 명료해 보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상한 사실로부터 출발하였다. 우리가 보는 것이 반사된 빛이라면, 우리가 보는 것 안에는 반사되지 않고 흡수된 빛, 우리가 보는 것의 ‘나머지’의 빛이 남아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눈에 담기는 것은, 그곳에 남겨진 것의 ‘나머지’일 뿐이다. 이 비슷한 두 문장을 곱씹다보면, 둘 중 어느 것이 나머지이고, 어느 것이 남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만이 남는다. 그 두 단어는 반의어인가, 유의어인가? 경계의 명료함이 사라지고 나면 내가 알던 세계는 일순 흐릿해진다.

전시 제목과 동명인 영상 작업 < 나머지와 남은 것들 >은 2채널 비디오로 질료가 다른 두 개의 스크린에 상영된다. 하나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단단한 나무 소재의 스크린이고, 다른 하나는 얇은 천으로 되어 있어 그 너머로 프로젝터의 빛이 투과되기도 하고, 스크린 뒤의 전시장 풍경이 고스란히 보이기도 한다. 이 대비는 각각의 채널 속 이미지의 관계를 부각시킨다.
 
영상은 크게 3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거울, 음화, 역상의 이미지를 주된 컨셉으로 삼고 있다. 첫 번째 챕터는 파란색의 역사를 따라가며, 우리가 보는 것이 고정되지 않은 것임을 살핀다. 그것은 마치 거울 속 이미지처럼 무엇을 비추는가에 따라 다양한 형상과 의미가 된다. 한 쪽 스크린에서는 정지된 듯한 블루스크린 위에 흰색의 텍스트가 파란색의 역사에 대해 서술하는 동안, 다른 쪽 스크린에서는 거울에 비친 이미지가 불안하게 떨린다.
두 번째 챕터는 음화이다. 기본적으로 양 쪽 채널의 이미지는 동일하지만, 한쪽의 이미지가 색반전 되어 있다. 여기서 필름의 이미지가 많이 쓰이는데, 필름에서 막히지 않은 부분이 노광이 되어 사진이 되는 과정을 떠올려보면, 우리가 나머지의 빛을 보고 있다는 주제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 챕터는 역상으로, 한쪽에는 우리가 흔히 보는 일상적인 풍경이, 다른 한쪽에는 카메라 옵스큐라로 촬영되어 거꾸로 매달린 역상의 이미지가 흐릿하게 흔들리고 있다.
나머지와 남은 것들 2025
Remnants and Remains 2025

2채널 비디오, 10분 50초
2 channel video, 00:10:50

Installation View of the Solo Exhibition, "Jiyun Kang : Remnants and Remains". Photograph by CJY ART STUDIO.
ⓒ 2025 Project Space Sarubia & Jiyun Kang.

033.jpg
040.jpg
048.jpg
나머지와남은것들02_복사.jpg
나머지와남은것들04_복사.jpg
나머지와남은것들05_복사.jpg
나머지와남은것들07_복사.jpg
나머지와남은것들09_복사.jpg
나머지와남은것들10_복사.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