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인 일 2018


 습관적인 일, A4용지, 나무, 물, 가변크기ㅡ 2018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도록 잘 쌓아올린 A4 규격용지는 간헐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에 의해 점차 젖고 부풀고 흐트러진다.

<  현재전시 : Speaking Text  >에 설치된 세 개의 작품 모두 나의 집에서의 경험을 담고 있다. 내가 살던 집은(현재의 집도 별반 다를 바 없지만) 바닥이 눈에 띌 정도로 기울어져 있었고 모서리란 모서리는 죄다 직각이 맞지 않았다. 책상이 기울어져서 연필 같은 것들을 올려 놓으면 어디론가 굴러 떨어져 사라져버렸다. 나는 그것들이 사라진 미지의 틈새 같은 것을 상상하곤 했다.

장마철이 되면 지붕에서는 비가 샜다. 비가 새는 곳 아래 세숫대야 같은 것을 받쳐 놓으면서 나는 잘 기억나지도 않는 80년대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불운하다는 느낌보다는 헛웃음이 나오는 가벼운 허탈감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