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게 쌓기 2018


바르게 쌓기, 스티로폼 모조 블럭, 2018

… 그가 만들어낸 것은 한눈에 보기에도 단정했다. 그것들은 마치 지층과 같이 주어진 시간을 성실하게 밟아가며 축적되거나 성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면 그것이 슬며시 기울어져 있다는 점 뿐 이었다.
그는 문득, 온통 편평한 것들로만 쌓아올렸는데도 이렇게 기운다는 사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이상으로 깊이 고민하지는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신경 써서 모서리를 잘 맞추는 일 뿐이었다. 편평한 것들의 모서리를 맞췄는데도 이것이 기울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내 눈이 무언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어,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나았다. 그러나 형상이 갖추어져 가면서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은 도무지 의심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중략)
어떤 것들은 벽이나 천장까지 닿도록 자라났다. 어떤 것들은 다른 것들과 맞닿기도 했는데, 그럴 때에는 각자의 기울기와 무게가 서로에게 지지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잔뜩 기울어진 것조차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일은 없었을 뿐더러 어느 누구도 그것이 마침내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내재된 불안감은 상습적인 것이라서 드러나질 않았다. 작업자들은 평온하고 규칙적으로 일을 했다.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같은 시간에 각자의 장소로 돌아갔다. 생각해보면 그는 늘 평이하게 살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어쩌면 그들의 믿음, 그들 스스로 평범하다는 믿음이 그들이 만들어낸 것들을 지탱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사실 대부분의 것들이 그런 상태로 유지된다.

<  년도미상  >(2017) 부분 발췌